반찬 가게 한편에 놓인 강정, 좋은 제품도 포장을 모르면 오래가지 못한다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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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을 만드는 것과 상품으로 성공시키는 것은 다르다…고온 다습한 판매 환경까지 고려한 포장 설계 필요

한여름 반찬가게 앞 실외 판매대에 오트밀 강정과 현미 누룽지칩이 진열돼 있다. 투명한 지퍼 파우치에 제품을 담고 라벨을 붙인 모습이다. 내용물이 잘 보이고 포장도 깔끔해 보이지만, 포장 전문가의 시선에서는 먼저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른다.

이 포장은 단순히 제품을 담기 위해 선택한 것일까, 아니면 강정의 품질을 지키기 위해 설계한 것일까.

사진 속 제품은  반찬 가게 실외 매대에서 판매되고 있다. 반찬을 구입하러 온 소비자가 함께 살 수 있도록 진열한 상품으로 보인다. 이러한 판매 방식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소비자 접점을 넓히고 새로운 판로를 확보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문제는 판매자가 강정의 특성과 포장의 기능을 충분히 알기 어렵다는 데 있다.

반찬 가게에서는 여러 종류의 즉석 식품(반찬)을 취급한다. 판매자는 제품의 맛과 가격, 진열 편의성은 살펴볼 수 있지만 강정이 습기에 얼마나 민감한지, 포장재의 산소·수분 차단성이 어느 정도인지, 고온에서 품질이 어떻게 변하는지까지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결국 제조자가 제품을 기성 파우치에 담아 납품하고, 판매자는 이를 일반 즉석 식품처럼 판매대에 놓는 상황이 만들어질 수 있다.ac054bc1e1646.png

강정의 상품성은 ‘바삭함’에서 결정된다

강정과 누룽지칩은 수분이 적고 바삭한 식감이 중요한 제품이다. 소비자가 처음 봉지를 열었을 때 느끼는 바삭함과 고소한 향이 제품의 상품성을 좌우한다.

그러나 여름철의 높은 온도와 습도는 이러한 제품에 불리한 환경이다. 포장재의 수분 차단성이 충분하지 않으면 제품이 눅눅해질 수 있고, 산소와 열에 장시간 노출되면 유지 성분의 산패와 향미 저하도 빨라질 수 있다. 투명한 포장은 내용물을 보여주는 데에는 유리하지만, 햇빛이나 강한 조명에 계속 노출되는 판매 환경까지 고려하면 반드시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랜 경험을 보면 중소 기업, 소기업들은 제품이 보여야 한다는 것인데, 대기업 제품들을 보면 투명 파우치를 사용해서 내용물(제품)을 보일 목적으로 하는 제품들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판매자는 봉지를 보지만 소비자는 제품의 품질을 기억한다

판매자는 포장된 제품을 매대에 진열하고 판매한다. 그러나 소비자는 그 제품이 어떤 환경에서 며칠 동안 놓여 있었는지 알지 못한다.

소비자가 구입한 강정이 눅눅하거나 향이 변해 있다면 포장이나 진열 환경의 문제라고 생각하기보다, 그 제품 자체가 원래 그런 것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

제조 당시에는 바삭하고 맛있었던 제품이라도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순간 품질이 떨어져 있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첫 구매는 호기심으로 일어날 수 있지만, 두 번째 구매는 품질에 대한 만족이 있어야 가능하다.

따라서 포장이 제품의 품질을 지켜주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원료를 사용하고 정성껏 제조한 제품이라도 한 번 구입하고 다시 찾지 않는 제품이 될 수 있다.

좋은 제품이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이유가 반드시 맛이나 가격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온전히 전달하지 못하는 포장과 유통 환경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기성파우치 사용이 아니라, 선택기준이 없는 것이 문제다

소규모 제조업체가 기성 파우치를 사용하는 것은 현실적인 선택이다. 적은 생산량으로 전용 포장재를 제작하려면 비용과 최소 주문 수량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성 파우치를 사용하더라도 제품에 맞는 사양을 선택해야 한다.

강정류 제품이라면 제품의 수분 민감성, 유지 함량, 목표 소비 기한, 여름철 유통 온도, 판매 장소의 습도와 빛 노출 등을 고려해야 한다. 파우치 크기도 내용물의 양에 맞아야 하며, 내부에 불필요한 공기가 지나치게 많이 남지 않도록 설계해야 한다.

단순히 가격이 저렴하고 내용물이 잘 보이며 지퍼가 달려 있다는 이유 만으로 포장재를 선택해서는 안 된다.

필요한 경우 수분과 산소 차단성이 향상된 파우치, 차광 기능이 있는 구조, 탈산소제 적용, 질소충전 등의 방법도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실제 판매 환경에서 제품의 품질이 얼마나 유지되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여름철 판매대에 일정 기간 제품을 진열한 뒤 바삭함과 향, 색상, 산패 여부를 확인하는 간단한 유통 시험만으로도 현재 포장의 적정성을 어느 정도 판단할 수 있다.

제품을 납품하는 것으로 제조자의 책임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조자는 제품을 만들어 판매점에 넘기는 데서 일을 끝내기 쉽다. 그러나 제품이 실제로 어디에 진열되고, 어떤 온도와 습도에 노출되며, 소비자에게 전달되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 확인해야 한다.

반찬 가게에서는 수많은 상품 가운데 하나 일 수 있지만, 제조자에게는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판매돼야 할 하나의 제품이자 브랜드다.

판매자가 포장과 식품 보존에 관한 전문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면 제조자가 보관 조건과 진열 기준을 더욱 분명하게 제공해야 한다. 고온과 직사광선을 피하도록 안내하고, 판매대에는 소량만 진열한 뒤 실내 보관 제품을 수시로 보충하도록 하는 방법도 필요하다.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면 그 제품이 소비자에게 좋은 상태로 전달되도록 관리하는 것까지 제품 개발의 범위에 포함해야 한다.

포장은 제품을 상품으로 완성하는 기술이다

강정은 봉지에 담는 순간 상품이 되는 것이 아니다. 소비자가 구입하고 개봉했을 때 제조 당시의 바삭함과 맛을 경험할 수 있어야 비로소 완성된 상품이 된다.

제품을 잘 만드는 기술과 제품의 품질을 끝까지 지키는 기술은 다르다. 후자의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바로 포장이다.

좋은 제품도 포장을 모르면 한 번 팔고 끝날 수 있다.
포장은 제품을 담는 비용이 아니라, 재구매와 브랜드의 지속성을 지키는 기술이다.

사진 속 강정에 실제 품질 문제가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고온 다습한 여름철, 반찬 가게 살외 판매대와 투명 기성 파우치에만 의존하는 방식은 제품을 장기적으로 성장 시키기 위한 포장과 유통 전략으로는 부족해 보인다.

제조자는 제품을 납품하는 데서 멈추지 말아야 한다. 판매자는 봉지를 진열하는 데서 끝내지 말아야 한다.

좋은 제품을 좋은 상태로 소비자에게 전달할 때, 비로소 한 번 팔리는 제품이 아니라 계속 선택 받는 상품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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