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PP 시대, 식품·화장품 포장은 어떻게 바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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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장재, 제품 정보를 연결하는 디지털 접점으로 전환

포장은 이제 제품을 보호하고 정보를 인쇄하는 물리적 용기를 넘어, 제품과 포장재의 데이터를 연결하는 디지털 접점으로 변화하고 있다.

EU의 「지속가능한 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인 ESPR은 제품의 내구성, 수리 가능성, 재활용성, 환경성 정보를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는 DPP의 기본체계를 마련했다. DPP 데이터는 제품별 위임법령에 따라 모델·배치·개별 제품 단위로 구성되며, 데이터 매체와 고유 식별자를 통해 접근하도록 설계된다.

그러나 DPP는 단순히 제품에 QR코드를 부착하는 제도가 아니다. QR코드나 2차원 코드는 정보에 접근하는 입구일뿐이며, 핵심은 그 뒤에 연결되는 데이터의 정확성, 최신성, 상호운용성, 추적성 및 접근권한 관리에 있다. ESPR도 DPP 정보가 구조화되고 기계 판독이 가능하며 개방형·상호운용 가능한 형식으로 관리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식품은 ‘제품 DPP’보다 ‘포장 디지털 정보’가 먼저 움직인다

일반 식품은 ESPR의 직접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따라서 식품 자체에 ESPR 기반 DPP가 곧바로 적용될 것으로 해석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식품은 이미 원산지, 유통기한, 알레르기, 영양성분, 로트번호, 냉장·냉동 조건 등 별도의 식품법 체계에 따라 많은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다만 식품을 담는 포장은 PPWR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따라 식품 분야에서는 ‘식품 DPP’라는 명칭보다 제품 정보와 포장재 정보를 하나의 데이터 매체에서 구분하여 제공하는 식품 포장 디지털 정보체계가 먼저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포장에 적용된 QR코드나 표준화된 2차원 데이터 매체를 통해 제품의 로트·유통정보와 함께 다음과 같은 포장정보를 연결할 수 있다.

포장재별 재질 구성, 소비자 분리배출 방법, 포장 구성요소별 폐기 경로, 재사용 가능 여부, 재사용 시스템과 회수 장소, 표시된 경우의 재생원료 함량 등이 대표적인 정보이다. PPWR은 소비자 분리배출을 지원하기 위한 추가적인 QR코드 사용을 허용하고, 재사용 포장에는 회수 장소와 회전 횟수 등을 제공하는 디지털 데이터 매체를 요구한다.

결국 식품 포장은 식품 표시사항과 포장재의 환경·순환 정보를 연결하는 디지털 접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은 제품정보와 포장정보가 함께 중요해진다

화장품은 식품과 달리 ESPR에서 명시적으로 제외된 품목은 아니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2025~2030년 ESPR 우선 제품군에는 포함돼 있지 않으므로, 단기간 내 화장품 DPP가 의무화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화장품은 DPP형 정보체계와 연결될 가능성이 큰 분야이다. 화장품은 성분, 알레르기 유발물질, 사용기한, 제조번호, 안전성 평가, 책임판매자 등 제품정보가 많고, 용기·펌프·캡·라벨·단상자·접착제 등 포장구조도 복잡하기 때문이다.

현재 EU 화장품 규정에 따라 책임자는 제품별 PIF를 보관해야 하며, PIF에는 제품 설명, 안전성 보고서, 제조방법과 우수제조관리기준 준수자료 등이 포함된다. 이 자료가 곧바로 소비자용 DPP로 공개되는 것은 아니지만, 향후 제품 안전정보와 공급망 데이터를 디지털 방식으로 관리하는 기반이 될 수 있다.

화장품 포장에서는 재질 구성, 용기와 펌프의 분리 가능성, 리필 가능 여부, 잔량 배출성, 재생원료 사용 여부, 재활용 방해요소, 포장 최소화 결과 등을 구조화하여 관리해야 할 필요성이 커질 것이다. 단순히 ‘친환경 용기’라고 표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 표시를 뒷받침하는 포장설계·시험·평가자료가 내부 데이터로 연결돼야 한다.


PPWR이 만드는 포장정보의 디지털 기반

DPP와 PPWR은 서로 다른 규정이지만 포장재 표면과 데이터 매체에서는 연결될 수 있다.

PPWR은 2025년 2월 11일 발효됐으며, 일반적으로 2026년 8월 12일부터 적용된다. 제조자는 포장재가 제5조부터 제12조까지의 요구사항에 적합한지를 평가하고 기술문서와 EU 적합성선언서를 작성해야 한다. 기술문서에는 포장재의 설명, 설계와 재질, 적용 표준, 재활용성·포장 최소화 평가내용 및 시험보고서 등이 포함된다.

다만 이러한 자료 전체가 소비자에게 공개되는 것은 아니다. 소비자용 디지털 정보에는 재질, 분리배출, 재사용, 회수체계 등 필요한 정보가 제공되고, 기술문서·시험성적서·DoC는 기업의 적합성 증빙체계에서 관리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PPWR은 제품에 다른 EU 법령상의 DPP가 적용되는 경우, 제품 정보와 포장정 보를 별도의 여러 코드로 분산하지않고 하나의 데이터 매체를 사용하도록 규정한다. 제품 정보와 포장 정보는 같은 데이터 매체를 이용하되 서로 명확히 구분돼야 한다.

이는 앞으로 포장재의 QR코드가 단순한 마케팅 링크가 아니라 제품과 포장재의 규제정보를 연결하는 표준화된 디지털 입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표시 중심의 포장에서 증명 중심의 포장으로

지금까지 포장재 정보는 제품명, 중량, 유통기한, 제조자, 사용방법과 같은 소비자 표시사항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DPP와 PPWR 시대의 포장은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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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장재는 어떤 소재와 구성요소로 만들어졌는가. 소비자가 각 구성요소를 어떻게 분리해야 하는가. 실제 재활용 공정에 적합한가. 재생원료가 얼마나 사용됐는가. 재사용 포장이라면 몇 회 회전할 수 있으며 어디에서 반납하는가.

포장 최소화가 어떤 기준과 평가를 통해 입증됐는가.

따라서 ‘재활용 가능’, ‘친환경 포장’, ‘리필 가능’과 같은 표현도 앞으로는 단순한 광고문구만으로 유지되기 어렵다.

표시의 근거가 되는 시험, 평가, 기술문서 및 공급망 자료가 함께 관리돼야 한다.


기업이 준비해야 할 것은 QR코드가 아니라 데이터 체계이다

식품·화장품 기업이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것은 QR코드를 포장에 인쇄하는 작업이 아니다.

제품별·SKU별 포장 구성요소를 구분하고, 각 포장재의 재질·중량·구조·공급사·시험자료를 표준화해야 한다. 재활용성, 재생원료, 포장 최소화, 식품접촉 적합성, 유해물질 및 재사용 관련 정보를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데이터 구조도 필요하다.

포장재 공급사 역시 단순한 납품사양서와 시험성적서를 제공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야 한다. 앞으로는 소재 구성, 잉크·접착제·코팅, 복합재질 구조, 재활용 방해요소, 유해물질 정보, 재생원료 함량 및 제조 이력 등 고객사의 적합성 입증에 필요한 공급망 데이터를 제공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PPWR도 공급자가 제조자의 적합성 입증에 필요한 정보와 문서를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포장은 제품의 ‘디지털 입구’가 된다

DPP 시대의 포장은 제품과 분리된 단순한 용기가 아니다. 포장은 제품의 물리적 보호재이면서, 제품과 포장재의 디지털 정보에 접근하는 입구가 된다.

식품은 ESPR 기반 DPP의 직접 적용 대상에서는 제외돼 있지만, PPWR과 식품표시제도를 중심으로 포장 디지털 정보체계가 먼저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 화장품은 현재 ESPR 우선 제품군은 아니지만, 제품 안전정보와 복잡한 포장 정보를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DPP형 구조와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

앞으로의 포장 경쟁력은 단순히 예쁘고 가볍게 만드는 것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어떤 재질로 설계됐는지, 실제로 재활용 가능한지, 유해물질은 관리됐는지, 포장 최소화는 검증됐는지, 그리고 이러한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 데이터로 연결할 수 있는지가 중요해진다.

QR코드는 입구일 뿐이다. 핵심은 그 뒤에 연결되는 포장 데이터의 정확성, 최신성, 추적성 그리고 검증 가능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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