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이슈] 포름알데히드 배추(중국)와 종이 용기 회수(국내)...EU가 적합성선언을 요구하는 이유

2026-08-25
조회수 176

‘친환경’이라는 표시도, 시험 성적서 한 장도 안전을 보증하지 않는다…

PPWR·FCM 적합성 선언은 사고 발생 시 책임까지 지겠다는 제조자의 법적 자기 증명이다

최근 중국에서 배추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포름알데히드 용액을 사용한 사실이 알려졌다. 중국 당국은 관련 유통경로 조사에 착수했고, 우리 식품의약품안전처도 해당 배추의 국내 수입 여부를 확인하면서 중국산 배추에 대한 수입 검사를 강화했다.

이와 별개로 국내에서는 bhc 치킨에 사용된 종이 용기가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것으로 확인돼 판매 중단 및 회수 조치가 내려졌다.

두 사건은 발생 원인과 적용 법령이 서로 다르다. 그러나 식품과 포장의 안전을 바라보는 관점에서는 하나의 질문으로 연결된다.

식품 포장 안전 관련 이미지

기업이 안전하다고 주장한 제품과 포장에 실제로 문제가 발생했다면,
그 안전성과 적합성은 누가, 어떤 근거로 확인했는가?

포장 기술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화학물질로 감췄다

중국의 포름알데히드 배추 사건은 단순한 식품 위생 사고로만 볼 수 없다. 배추의 신선도를 유지하려면 수확 후 호흡, 수분 손실, 온도, 미생물 증식과 운송 시간을 고려해 포장 및 저온 유통 조건을 설계해야 한다.

그런데 이러한 문제를 포장 기술과 유통 관리로 해결하지 않고 위험한 화학물질로 외관 상 신선함을 유지하려 했다면, 이는 식품의 실제 상태를 소비자가 제대로 판단하지 못하게 만드는 행위다.

포장은 단순히 제품을 담아 운반하는 용기가 아니다. 식품의 변질과 오염을 방지하고, 유통 과정에서 품질과 안전성을 유지하는 기술적 수단이다. 적절한 포장과 콜드 체인이 갖춰지지 않으면 식품 폐기가 증가하고, 이를 감추기 위한 무리한 화학 처리와 같은 편법이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종이라고 안전한 것도, 친환경인 것도 아니다

bhc 종이 용기 회수 사례는 또 다른 중요한 사실을 보여준다. 플라스틱을 종이로 바꿨다는 이유 만으로 포장의 환경성과 안전성이 자동으로 확보되는 것은 아니다.

식품용 종이 용기는 종이 원지 만으로 구성되지 않는다. 내유·내수성을 확보하기 위한 코팅제와 같은 물질이 사용될 수 있다. 재생 섬유를 사용한다면 원료에서 유래한 잔류 물질과 비 의도적으로 생성·혼입된 물질까지 검토해야 한다.

따라서 ‘종이’, ‘친환경’, ‘플라스틱 절감’이라는 표현은 식품 접촉 안전성을 증명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 실제 식품의 특성, 접촉 온도, 접촉 시간, 유분과 수분 함량 등 정상적이고 예측 가능한 사용 조건을 고려한 평가가 필요하다.

EU의 FCM 기본 규정인 Regulation (EC) No 1935/2004도 모든 식품접촉 재료가 인체 건강을 해칠 수 있는 수준으로 물질을 식품에 이행시키거나, 식품의 성분과 맛·냄새를 부당하게 변화 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을 두고 있다. 또한 식품접 재료는 GMP에 따라 제조 돼야 하며 공급망 추적성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이 EU가 자기적합성선언을 요구하는 이유다

EU는 모든 포장 제품을 시장에 출시하기 전에 행정기관이 일일이 검사해 허가하는 방식 만을 채택하지 않는다. 제조자가 해당 포장에 적용되는 요구 사항을 확인하고, 시험·평가와 기술 문서를 통해 적합성을 입증한 뒤 스스로 적합성 선언서에 서명하도록 한다.

PPWR의 자기적합성선언은 기업에 편의를 제공하기 위한 형식적 절차가 아니다. 제조자가 자신의 이름과 책임으로 다음 사실을 선언하는 행위다.

해당 포장에 적용되는 PPWR 요구 사항을 검토했으며, 그 적합성을 입증할 객관적인 근거를 기술 문서에 확보했고, 문제가 발생하면 그 선언에 대한 책임을 지겠다는 것이 바로 자기증명, 책임체계인 적합성선언이다.

따라서 적합성 선언서는 시험 성적서만 필요한 것이 아니고. 먼저 포장 시스템과 구성 요소를 특정하고, PPWR 제 5조부터 제 12조까지의 적용성을 판단해야 한다. 그 결과에 따라 물질 안전성, 재활용성, 재생원료, 최소화, 재사용 및 표시 관련 요구 사항을 평가하고 그 근거를 기술 문서에 축적해야 한다.

식품용 포장이라면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PPWR에 따른 포장 및 환경적 적합성과 별도로 FCM에 따른 식품 접촉 안전성을 검토해야 한다.

PPWR에 적합하다고 해서 FCM에 적합한 것은 아니며, FCM 시험을 통과했다고 해서 PPWR 전체 요구 사항을 충족한 것도 아니다.

두 규정은 서로 대체하는 관계가 아니라 동시에 충족해야 하는 관계다.

적합성 선언 전에 기업의 양심과 책임을 돌아봐야 한다

문제는 국내 일부 기업이 적합성 선언을 통관에 필요한 서류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포장에 대한 적용성 평가도 하지 않고, 실제 사양과 일치하는 기술 문서도 갖추지 않은 채 시험 성적서 몇 장을 근거로 모든 요구 사항에 적합하다고 선언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적합성 선언서에 서명하기 전에는 최소한 다음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 “이 선언은 실제 제품 및 포장 사양과 일치하는가?”
  • “적용되는 모든 요구 사항을 판단했는가?”
  • “시험·평가 결과와 공급자 자료가 기술 문서에 보관돼 있는가?”
  • “시장감시당국이 근거 자료를 요구하면 즉시 제출할 수 있는가?”
  • “사고가 발생해도 이 선언에 책임질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면 아직 적합성 선언서에 서명할 단계가 아니다.

거짓 DoC 하나가 한국 수출 기업 전체의 신뢰를 훼손할 수 있다

허위 적합성 선언의 피해는 해당 기업에서 끝나지 않을 수 있다. 근거 없는 DoC가 반복적으로 발견되면 EU 세관과 시장감시당국은 특정 기업뿐 아니라 동일한 국가와 공급망에서 제출되는 서류 전반을 의심하게 된다.

그 결과 한국 수출 기업의 포장에 대해 기술 문서 제출 요구와 추가 검사, 통관 지연 및 시장 감시가 강화될 가능성이 있다. 일부 기업이 비용과 시간을 아끼려고 작성한 허위 DoC가 성실하게 준비한 다른 국내 기업에까지 부담을 전가 할 수 있는 것이다.

포름알데히드 배추와 종이 용기 회수는 서로 다른 사건이다. 그러나 두 사건 모두 안전성과 적합성을 기업의 말이나 포장재의 이미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PPWR과 FCM은 기업을 괴롭히기 위해 만들어진 서류 규정이 아니다. 과거와 현재에 반복된 식품·포장 사고가 다시 소비자의 식탁에 오르지 못하도록 만든 예방·입증·추적·책임의 체계다.

적합성 선언서의 마지막 서명은 문서 작성의 끝이 아니다. 기업이 자신이 만든 포장과 그 근거에 법적 책임을 지기 시작하는 순간이다.

적합성 선언서에 서명하기 전에 기업의 양심과 책임부터 돌아봐야 한다.
시험·평가·기술문서 없이 작성한 DoC는 PPWR 대응이 아니라, 사고가 발생할 때까지 감춰진 또 하나의 위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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